빙산의 일각: AI가 진짜 노리는 것은 ‘코딩’이 아니다. (빙산지수 란? : MIT의 Iceberg Project)

https://iceberg.mit.edu

“AI가 나오면 개발자들이 다 잘릴 거야!”, “전문직들은 직업적 종말을 맞이할꺼야” 요즘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MIT 연구팀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Tip of the Iceberg)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진짜 거대한 변화는 수면 아래,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1. 눈에 보이는 것 vs 숨겨진 거대함

우리는 흔히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거라 생각합니다. MIT는 이것을 ‘표면 지수(Surface Index)‘라고 부릅니다.

  • 표면 지수: 코딩, 데이터 분석 등 기술직. (전체 임금의 약 2.2%)
  • 특징: 시끄럽고 눈에 띔. 하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비중이 작음.

하지만 물 밑에는 무려 5배나 더 큰 덩어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빙산지수(Iceberg Index)‘입니다.

  • 빙산지수: 행정, 재무, 물류 관리, 스케줄링 등. (전체 임금의 11.7%)
  • 특징: 조용하지만 거대함. 전국의 모든 사무실에 퍼져 있음.

쉽게 말해: AI가 뺏어가는 건 ‘새로운 코드를 짜는 능력’이 아니라,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관리 업무‘라는 뜻입니다.

2. 왜 AI는 ‘중간 관리자’를 노릴까? (뇌과학적 이유)

이 보고서가 재미있는 건 경제학에 뇌과학을 섞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에는 ‘실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는 게 있습니다.

  • 정보를 기억하고,
  • 우선순위를 정하고,
  • 잡생각을 참고 일에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이건 사람 뇌에 엄청난 에너지를 쓰게 만듭니다. (오후 3시쯤에 힘들어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AI에게 이런 ‘정리 정돈’과 ‘패턴 분류’는 식은 죽 먹기입니다. 지치지도 않고, 불평도 안 하죠.

결론: AI는 어느정도 창의적인 예술가일수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지치지 않는 완벽한 비서실장에 더 가깝습니다.

3. 자동화의 기습: 공장이 아니라 사무실이 위험하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제조업 지대)’ 사람들은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AI는 샌프란시스코 애들 문제지, 우리 공장이랑은 상관없어.” 하지만 이게 웬걸? 제조업이야말로 ‘행정 업무의 천국‘입니다.

  • 부품 주문, 안전 규정 체크, 배송 스케줄 관리, 인사 관리…
  • 이 모든 ‘연결 노동’이 바로 빙산의 몸통입니다.

로봇이 용접공을 대체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AI가 구매 팀장님과 배차 담당자를 대체하게 생긴 겁니다. 이것이 바로 “자동화의 기습(Automation Surprise)” 이라고 주장합니다.

4. 한국판 빙산지수: 울산과 강남의 미래

이 이야기를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한국은 ‘제조업‘과 ‘재벌 대기업‘의 나라라고 볼수 있습니다.

  • 보고서 공화국: 한국 기업 특유의 ‘보고를 위한 보고’, 취합 업무, 회의록 작성… 이거야말로 AI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 울산/창원의 역설: 공장 자동화는 이미 많이 됐지만, 그 거대한 공장을 돌리는 수많은 사무직군은 AI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 눈치 vs 매뉴얼: 한국 업무의 반은 ‘눈치(High-Context)’고, 반은 ‘규정(Rule-Based)’입니다. 눈치는 인간만이 볼 수 있지만, 규정에 따른 처리는 AI가 순삭해버릴 겁니다.

반전: 하지만 한국에겐 이것이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까요!” 인구 절벽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한국에서, AI가 지루한 행정 업무(빙산의 몸통)를 맡아준다면? 이건 해고의 공포가 아니라,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5.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MIT의 보고서는 “일자리를 지키려 하지 말고, 하는 일을 바꿔라(Job Redesign)“라고 조언합니다.

전문가의 정의를 바꾸세요: 과거의 전문가가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면, 미래의 전문가는 ‘AI를 부려서 통찰을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AI에게 ‘비서’ 자리를 내주세요: 정보 취합, 일정 조율, 규정 검토는 AI에게 시키세요. 이건 뺏기는 게 아니라 귀찮은 걸 떠넘기는 겁니다.

‘인간력’에 집중하세요: AI는 데이터를 요약할 순 있어도, 클라이언트의 미묘한 감정을 읽거나, 꽉 막힌 협상을 뚫어내는 ‘정치력’은 없습니다.


“생산성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벗기다”

기업들이 외치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달콤한 단어의 진짜 속뜻은, 결국 ‘인건비 제로(0)에 도전하겠다‘는 선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거대한 투자는 미래에 지출될 막대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선지급금(Down payment)인 셈이죠.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것. AI라는 화려한 기술 뒤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기업의 냉정한 생존 본능이 숨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AI에 쏟아붓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단지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닙니다. 그들이 계산기를 두드려 나온 결론은 명확합니다.

‘사람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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