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929년과 2025년의 구조적 공명
본 글은 1920년대 ‘전기’와 대량생산 혁명이 촉발한 경제 구조 변화와 2025년 현재 ‘인공지능(AI)’ 혁명이 야기하는 경제 상황 간의 구조적 유사성을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두 시대는 모두 범용 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 GPT)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킴과 동시에 극심한 부의 불평등 심화(현재의 K 자 성장), 생산 능력과 지식 혁명과 연계된 투기적 과잉 투자 , 그리고 생산과 실질 소비 간의 구조적 불균형 을 야기했다는 치명적인 공통점을 전제로 한다.
1929년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긴축 재정, 금본위제 고수, 그리고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과 같은 잘못된 정책 대응으로 인해 파국적인 위기로 심화되었다면 , 2025년 이후의 잠재적 위기는 ‘정책 대응의 불가능성’ 그 자체에 봉착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본 분석의 핵심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누적된 글로벌 정부 부채 가 팬데믹 이후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환경과 결합하면서, 경제 위기 발생 시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와 같은 전통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약한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정책의 덫’은 다음과 같은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 기술 자체가 유발하는 막대한 에너지 수요가 새로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 AI 투자 버블 붕괴 또는 AI로 인한 대량 해고가 야기하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은 경기 부양이 아닌 국채 시장 붕괴(Sovereign Debt Crisis)를 막기 위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상(Pro-cyclical Tightening)해야 하는 ‘스태그플레이션형 대공황(Stagflationary Great Depression)’ 시나리오 가 현실화될 수 있다.
제1부. 1920년대의 선례: 기술, 불평등, 그리고 붕괴의 논리
1.1. 전기의 도입과 대량 생산의 명암 (생산 측면)
1920년대 ‘전기’는 단순한 신기술이 아닌, 생산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편한 범용 기술(GPT)이었다. 1914년 약 30%에 불과했던 미국 제조업의 전력화 비율은 1929년에 이르면 약 70%에 육박했으며, 같은 시기 공장 기계 동력의 78%를 전기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력 인프라의 확산은 자동차, 가전제품과 같은 내구재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 대량 생산(Mass Production) 시대를 열었다. 기술 혁신이 생산성의 비약적인 향상을 이끈 것이다.
1.2. 구조적 취약성: 부의 집중과 소비의 한계 (수요 측면)
그러나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는 모두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기술 혁신으로 창출된 부는 극도로 편중되었다. 1928년 미국에서 상위 1%의 가구가 전체 소득의 23.9%를 차지했으며 , 1929년에는 가장 부유한 24,000 가구의 소득이 가장 가난한 1,150만 가구의 소득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반(反)노조 환경과 정체된 임금에 직면했다. 당시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5인 가족의 ‘최소 생활비’로 규정한 연간 2,000달러 미만을 버는 가구가 전체의 60%에 달했다. 이는 ‘과잉 생산(Overproduction)’과 ‘과소 소비(Underconsumption)’ 가 동전의 양면이었음을 시사한다. 대량 생산된 제품을 구매해야 할 대중의 실질 구매력이 극심한 소득 불평등으로 인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다. 중산층은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부채’를 통해 구매했으나 , 이는 위기를 이연시켰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1.3. 시스템의 균열: 농업 부문의 선행 붕괴와 투기 거품
시스템의 붕괴는 1929년 월스트리트가 아닌, 경제의 기반 부문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많은 농민들에게 대공황은 1920년대 내내 진행 중인 현실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유럽 수요 증가와 신기술 도입으로 농업 생산량은 급증했으나, 전쟁 후 유럽 수요가 급감하면서 농민들은 만성적인 ‘과잉 생산’과 ‘농작물 가격 폭락’에 직면했다.
1929년에도 농업 인구는 여전히 전체 노동력의 25%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었으나 , 일부 주에서는 농장의 85%가 모기지 부채를 안고 있을 정도로 부채의 덫에 빠져 있었다. 농가 소득의 감소는 (1) 은행 시스템에 대출 상환 압박을 가중시키고 (2) 공산품 소비를 줄여 , 이미 취약했던 총수요 기반을 더욱 악화시켰다.
한편,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한 막대한 이익은 노동자의 임금으로 재분배되지 않고 ‘투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 속에서, 느슨한 규제 와 높은 수준의 마진 거래(Margin Trading) 는 주식 시장 거품을 키웠다.
결론적으로 1929년 10월의 주가 폭락 은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던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결과’였다. 진짜 원인은 기술 혁신이 낳은 과잉 생산 능력과 소득 불평등이 낳은 과소 소비 능력 간의 ‘구조적 괴리’였으며, 농업 부문의 부채와 투기적 주식 거품이 이 치명적인 괴리를 일시적으로 메우고 있었을 뿐이다.
제2부. 2025년의 데자뷔: AI, 과잉 투자, 기후위기, 그리고 새로운 불평등
2.1. AI: 21세기의 ‘전기’인가? (GPT로서의 AI)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은 1920년대의 전기 , 19세기의 증기기관, 20세기 말의 ICT 와 마찬가지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함수를 재정의하는 범용 기술(GPT)로 명백히 부상했다. 2024년이 ‘AI 도입의 해’였다면, 2025년은 AI가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해로 기록되고 있다.
AI는 산업 전반의 지식 체계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2025년 기준, 글로벌 기업의 65~71%가 최소 한 가지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했으며 , 특히 한국은 대기업의 48%가 이미 AI를 도입하고 40%가 적극적으로 탐색 중인 세계적 선두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 의료, 법률 서비스, 제조업, 물류 등 사실상 모든 분야로의 확산이 진행 중이다. AI는 1920년대 전기가 그랬듯 , 사회 전반에 빠르고 깊게 침투하며 생산성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2.2. AI 과잉 투자의 해부: 버블인가, 혁명인가?
AI 혁명에 대한 기대감은 전례 없는 규모의 자본 투자를 이끌고 있으나, 이것이 ‘지속가능한 혁명’인지 ‘투기적 버블’인지에 대한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버블’ 측의 증거는 명확하다. AI 관련 주식이 S&P 500 지수를 주도하면서, 2025년 10월 기준 주가수익비율(CAPE)은 닷컴 버블 당시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새로운 인프라(AI 데이터센터 등) 구축 붐은 필연적으로 과잉 투자와 과잉 경쟁을 유발하며, 이는 향후 저조한 주식 수익률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현재의 생성형 AI 기술이 “최대 과장(peak GenAI)”에 도달했으며, AGI(인공일반지능)에 대한 기대감은 “환상”에 불과하고, 이 투기적 버블은 곧 터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Capital Economics와 같은 기관은 2026년에 이 버블이 붕괴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혁명’ 측은 닷컴 버블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강조한다. 1990년대 후반의 버블이 수익성 없는 ‘희망과 과대광고’ 사이클이었다면 , 현재 AI 붐은 “견고한 수익과 펀더멘털”을 가진 ‘Magnificent Seven’ 등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또한 닷컴 버블이 투기적 IPO와 부채로 자금을 조달한 반면, AI 붐은 이들 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잉여 현금 흐름(FCF)’을 경쟁적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AI 붐의 진짜 위험은 단순한 밸류에이션 논쟁이 아니라, 1990년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 리스크에서 발견된다. 이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 간에 형성된 ‘순환적 투자(circular investment)’ 및 ‘수익과 지분의 경계가 모호한’ 폐쇄적 거래 구조다.
구체적인 사례는 이 구조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 Nvidia는 Open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한다.
- Microsoft는 OpenAI의 핵심 주주이자, 동시에 Nvidia의 2025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고객이다.
- Microsoft는 AI 클라우드 기업인 CoreWeave의 주요 고객이다.
- Nvidia 역시 CoreWeave의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닫힌 생태계’를 의미한다. A사(Microsoft)가 B사(Nvidia)의 GPU를 대량 구매해 B사의 ‘매출’과 ‘주가’를 부양하고, B사는 그 수익으로 A사의 파트너사(OpenAI)나 경쟁사(AMD)에 ‘지분’을 투자하며, 이 자금은 다시 A사의 클라우드 서비스(Azure)를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겉보기에는 ‘펀더멘털(매출)’에 기반한 견고한 투자처럼 보이나 , 실상은 소수의 기업이 서로의 밸류에이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매출’과 ‘투자’의 경계를 허무는 2025년판 투기 거품일 수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금융 기관 간의 ‘높은 상호의존성’이 전염(Contagion)의 핵심 경로가 되었듯 , 이 소수 빅테크 간의 상호의존성은 AI의 약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파괴적인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
제안 테이블 1: AI 붐 vs. 닷컴 버블 핵심 지표 비교
| 측정 항목 | 닷컴 버블 (1999-2000) | AI 붐 (2024-2025) |
|---|---|---|
| 주도 기업 | 투기적 스타트업 (예: Pets.com) | 수익성 높은 메가캡 (예: Magnificent 7) |
| 자금 출처 | IPO, 투기적 VC 자금, 부채 | 막대한 잉여 현금 흐름(FCF), 순환적 투자 |
| 밸류에이션 근거 | “희망과 과대광고”, “웹사이트 방문자 수” | 순이익 증가율, FCF, “견고한 펀더멘털” |
| 핵심 자산 | 광섬유 케이블, 웹 포털 | GPU, 데이터센터, LLM |
| 시스템 리스크 | 광범위하나 얕음 (다수의 소규모 파산) | 고도로 집중되고 깊게 상호 연결됨 (전염 위험) |
2.3. 새로운 ‘소비 절벽’: AI가 재편하는 부의 지도
1920년대 농업 부문의 붕괴가 총수요의 한 축을 무너뜨렸듯, 2025년에는 AI로 인한 노동 시장 붕괴가 새로운 ‘소비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AI로 인한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2025년 10월, 아마존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2025년 말에 이르면,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어 “사무실이 비어버리고”, 대다수 미국인이 AI로 인한 대량 실업을 두려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총수요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I가 불평등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는 방식이다. 2025년 2월 IMF가 발표한 워킹 페이퍼(WP/25/68)는 AI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다.
분석에 따르면, AI는 과거의 자동화 기술과 달리 고소득 ‘화이트칼라’의 인지적 업무를 대체할 잠재력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임금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자산 불평등(Wealth Inequality)이다. AI 기술은 본질적으로 ‘자본(Capital)이 수행 가능한 업무의 비중’을 높이는 충격으로 작용하며, 이는 ‘자본 수익률(Capital Returns)’의 급격한 상승을 의미한다.
이 자본 수익률 상승의 혜택은 압도적으로 ‘고소득 근로자’ 집단에게 돌아간다. 이들은 저소득층 대비 월등히 많은 자산(특히 기업 지분과 같은 고수익 자산)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AI가 고소득자의 ‘임금’을 일부 대체하더라도, 그들이 보유한 ‘자산’의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총자산 불평등은 “실질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IMF 모델은 이로 인해 자산 지니계수가 7.18%p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KPMG의 2025년 10월 보고서 또한 높은 불평등이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임을 확인한다. 2023년 미국의 지니계수는 이미 41.8에 달했다. 불평등이 경제를 파괴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
- 소비지출 감소: 부가 소수의 자산가에게 집중되고 , 이들은 저소득층보다 소비 성향이 낮다. 이는 경제 전체의 ‘총수요’를 구조적으로 위축시켜 ‘소비 절벽’을 유발한다.
- 부채 취약성 및 자산 거품: (1) 저소득층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채에 의존하게 되며 , (2) 고소득층은 남아도는 자본을 암호화폐, 사모 부채 시장 등 ‘더 위험한 투자’로 밀어 넣어 새로운 자산 거품을 유발한다.
종합적으로, 1920년대가 ‘소득 불평등’으로 인한 소비 절벽 이었다면, 2025년은 AI라는 기술 자체가 ‘자산 불평등’을 구조화 함으로써 발생하는, 더욱 심각하고 근본적인 소비 절벽에 직면해 있다.
제3부. 2026-2027년 위기 시나리오: 스태그플레이션형 대공황
3.1. 제1의 촉발 요인 (인플레이션): AI가 쏘아 올린 에너지 수요
AI 혁명은 ‘에너지’ 없이는 불가능하며 , 이는 2026년 이후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소비는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은 ‘수요 붕괴형 디플레이션’이 아닌,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는 새로운 위기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는 이미 임계치를 향해 가고 있다:
- IEA (2025년 4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약 945 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 ECB (2025년 2월): AI 구동 데이터센터만으로도 2026년까지 90 TWh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EU 현재 전력 소비의 4%에 해당한다.
- 개별 비교: ChatGPT-3에 대한 단일 쿼리는 일반적인 구글 검색보다 약 10배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Magnificent Seven’ 기업의 2023년 에너지 소비 증가율(19%)은 S&P 500 기업(0%)을 압도했다.
이러한 막대한 수요는 즉각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5월 기준, 미국 가정용 전기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6.5% 상승했으며, 버지니아, 오하이오 등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중부 대서양 연안 그리드(Mid-Atlantic grid)의 시장 감시 기관은 해당 지역 “에너지 비용 증가의 거의 70%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때문”이라고 공식적으로 지목했다.
이는 2026년 시나리오가 2008년과 근본적으로 다름을 의미한다. AI발 대량 해고 로 인한 ‘수요 위축(경기 침체)’과 AI발 에너지 수요 폭증 으로 인한 ‘비용 상승(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환경이 전제된다.
3.2. 제2의 족쇄 (부채): 움직일 수 없는 정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정부의 재정 정책이 유일한 대응 수단일 수 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주요국 정부의 손발은 ‘부채’라는 족쇄에 묶여 있다.
2025년 글로벌 부채 현황은 임계 수준이다:
- 전 세계 GDP 대비 총 부채 비율은 94.7% 이며, 총액은 251조 달러에 달한다.
- IMF는 2029년까지 전 세계 ‘공공’ 부채가 GDP의 100%를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주요국들의 2025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일본 230% , 이탈리아 137% , 미국 124% , 프랑스 116.5% , 캐나다 113.9% , 중국 96.3%.
2008년(미국), 2012년(유럽), 2020년(전 세계)의 위기는 모두 재정 및 통화 정책의 ‘확장’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모든 주요국이 임계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어, 다음 위기 시 ‘모두가 구제’를 필요로 하지만 ‘아무도 구제할 여력’이 없는 ‘부채의 덫’에 빠진 형국이다.
3.3. 정책의 종말: 양적 완화(QE)의 불가능성
AI 버블 붕괴나 대량 해고로 인한 위기가 닥칠 경우, 중앙은행은 정책적 악몽(Economic Nightmare) 에 직면한다.
- 경기 부양 (QE/금리 인하) 선택 시: AI발 에너지 인플레이션 을 제어 불능 상태로 부채질하여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 물가 안정 (금리 인상) 선택 시: AI발 경기 침체 를 즉각적인 대공황으로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IMF의 2025년 8월 보고서(WP/25/158)는 이러한 딜레마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보고서는 QE가 ‘높은 부채’ 환경에서도 ‘심각한 유동성 함정'(즉, 디플레이션)에 빠졌을 때만 공공 부채를 줄이는 ‘매력적인 도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얕은 유동성 함정’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 에서 QE를 사용하면, 경제를 ‘과열(overheat)’시키고 ‘상당한 중앙은행 손실’을 유발하며 인플레이션 급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2026년의 AI발 에너지 인플레이션 환경은 2008년과 정반대이며, QE를 ‘독약’으로 만드는 최악의 조건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2025년 연례 경제 보고서(AER 2025)는 시장 참여자들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IS는 높은 공공 부채 수준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미 ‘정부 채권에 대한 투자자 수요(investor appetite for government bonds)’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주식과 채권 간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 정부 채권이 ‘전통적인 헤징(hedging) 속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위기 시 안전자산(미국채)으로의 도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AI 주식 시장이 붕괴할 때 , 투자자들은 채권 시장에서도 동시에 이탈(투매)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국채 금리 급등과 국가 부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3.4. 최종 시나리오 종합: 위기 속 금리 인상 (스태그플레이션형 대공황)
이상의 분석을 종합한 2026-2027년 위기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전개될 수 있다.
- 1단계 (2026년 초): 위기의 발발. AI 주식 버블 이 붕괴하거나 , AI 빅테크 간 ‘순환적 투자’ 의 고리가 끊어지거나, AI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이 현실화되어 ‘소비 절벽’ 이 가시화된다.
- 2단계 (2027년 중반): 스태그플레이션의 고착. 주가 폭락과 실업률 급증으로 경제는 명백한 ‘경기 침체(Recession)’에 돌입한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수요 와 지정학적 긴장 으로 인한 구조적 비용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은 3~5%대의 고공행진을 유지한다.
- 3단계 (2028년 하반): 정책의 딜레마와 시장의 붕괴. * 각국 정부(미국 등)는 실업자 구제를 위한 보편적 기본소득(UBI) 등 대규모 재정 적자(국채 발행)를 시도한다.
- 채권 시장은 (1) 이미 한계에 다다른 높은 부채 비율 과 (2)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이 신규 국채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다. ‘정부 채권에 대한 투자자 수요’ 가 증발한다.
- 국채 금리가 통제 불능으로 급등(국채 가격 폭락)하며 ‘국가 부도 위기(Sovereign Debt Crisis)’ 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
- 4단계 (2028년 말): 중앙은행의 최악의 선택.
- 중앙은행(Fed)은 양자택일에 직면한다: (A) 국채를 매입(QE)하여 정부를 구제하고 금리를 안정시킬 것인가, (B) 인플레이션을 잡고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긴축을 유지할 것인가.
- (A) QE를 선택하면, 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QE는 ‘경제 과열’ 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시장의 공포 로 인해 통화 가치가 붕괴한다.
- (B) 결국 중앙은행은 통화 가치와 국채 시장의 ‘신뢰’를 방어하기 위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준 금리를 인상하거나 최소한 고금리를 유지하는 ‘프로사이클리컬 긴축(Pro-cyclical Tightening)’을 강행한다.
- 5단계 (2029년): 새로운 대공황. 이 정책(경기 침체 속 금리 인상)은 1929년 금본위제를 지키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 과 정확히 동일한 효과를 낸다. 기업의 연쇄 도산 , 은행 시스템 마비, 실업률 폭증 이 발생하며, 이는 1929년(디플레이션형)과 달리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와 함께 진행되는 ’21세기형 대공황’으로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기후위기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였지만, 이것도 가장 큰 위험 요소중 하나이다.
제안 테이블 2: 1929년 대공황과 2026년 AI 대공황 시나리오 비교
| 변수 | 대공황 (1929-1933) | ‘AI 대공황’ 시나리오 (2026-2027) |
|---|---|---|
| 범용 기술 (GPT) | 전기, 대량생산 | 인공지능, 지식 자동화 |
| 공급 측면 결함 | 상품의 과잉 생산 | AI 인프라의 과잉 투자 (순환 투자) |
| 수요 측면 결함 | 극심한 ‘소득’ 불평등 | 극심한 ‘자산’ 불평등 |
| 투기 자산 | 주식 시장 거품 | AI 자산 거품 및 순환적 투자 |
| 공존하는 위기 | 농업 부문 붕괴 (수요/신용) | 구조적 에너지 인플레이션 (비용) |
| 핵심 정책 제약 | 금본위제 (통화 확장 불가) | 글로벌 국가 부채의 덫 (재정/통화 확장 불가) |
| 치명적 정책 대응 | 프로사이클리컬 긴축 (통화 공급 축소) | 프로사이클리컬 긴축 (QE 불가, 금리 인상) |
| 위기의 형태 | 디플레이션형 불황 (물가 하락) | 스태그플레이션형 불황 (물가 상승) |
## 결론: 전략적 시사점 및 권고
4.1.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 평가
본 보고서의 분석 결과, AI 혁명과 높은 국가 부채가 결합하여 대공황에 준하는 경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은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2025년 현재의 핵심 데이터(자산 불평등 심화 , AI 순환적 투자 , AI발 에너지 인플레이션 , 한계에 도달한 정부 부채 , 채권 시장 수요 약화 )에 의해 뒷받침되는 ‘구조적으로 매우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임을 확인하였다.
1920년대의 교훈 은 기술 혁신이 불평등과 결합될 때 그 시스템이 내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2025년의 AI 와 과잉 투자 는 이 불안정성을 정확히 재현하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차이점은, 2008년이나 2020년의 위기와 달리 AI발 인플레이션 과 높은 국가 부채 의 결합으로 인한 ‘정책적 마비(Policy Paralysis)’ 가 예상된다는 점이며, 이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위기를 예고한다.
4.2. 핵심 모니터링 지표
본 시나리오의 현실화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책 입안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의 핵심 지표들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1. AI 빅테크 간 ‘순환적 투자’ 규모: 잉여 현금 흐름(FCF) 대비 자본적 지출(Capex) 비중 및 빅테크 상호 간의 투자/매출 의존도.
2. 자산 불평등 지표: 자산 지니계수 및 상위 1%의 자본 소득 비중.
3.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의 전력 가격: AI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의 실물 지표.
4. 주요국 국채 입찰 응찰률 및 해외 수요: 높은 부채에 대한 시장의 수용력(‘투자자 수요’) 한계.
5. 주식-채권 상관관계: 위기 시 채권의 ‘안전자산 헤징 기능’ 상실 여부.
4.3. 위기 예방을 위한 필요 정책(예상)
본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파국적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구조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
- 불평등 해소 (수요 측면): AI로 인한 생산성 이익이 ‘자본 소득’ 에만 귀속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AI 자본 수익에 대한 과세 강화 및 부의 재분배 정책은 ‘소비 절벽’ 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거시 경제 정책이다.
- 에너지 안보 (공급 측면): AI 혁명은 ‘에너지 혁명’을 동반해야만 지속 가능하다. 소형모듈원전(SMR) , 차세대 배터리, 융합 에너지 등 안정적인 기저 전력원에 대한 투자는 AI발 인플레이션 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길이다.
- 부채 관리 및 국제 공조: 위기 시 QE 가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여, 평시(현재)에 선제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 가 필요하다. 또한, 임계치를 넘어선 글로벌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논의와 선제적 구조조정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위의 분석은 모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문제가 해결되고 안정적인 경제 흐름이 유지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진다.